■『환단고기』 위서론 비판 2
『삼성기』 저자는 가짜다?
『삼성기』는 『환단고기』에 실려 있는 다섯 편의 사서 가운데 앞부분 상, 하 두 편을 가리킨다. 참고로 『환단고기』는 안함로의 『삼성기』 상편, 원동중의 『삼성기』 하편, 행촌 이암의 『단군세기』, 범장의 『북부여기』, 이맥의 『태백일사』 다섯 편으로 구성되어 있다. 『환단고기』의 편자 계연수가 작성한 「범례」에는 『삼성기』가 편찬된 과정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삼성기』는 두 종류가 있으나 모두 완편完編은 아닌 것 같다. 안함로가 찬술한 것은 오래 전부터 우리 집안에 전해 내려온 것이다. 이제 이를 「삼성기전」 상편으로 하고, 원동중이 찬술한 것은 평안도 태천泰川의 진사 백관묵白寬默으로부터 얻은 것인데 이를 「삼성기전」 하편으로 하며, 이 두 편을 합본하여 「삼성기전」이라 한다.
이 글에는 『삼성기』 상·하편의 저자가 안함로·원동중이라는 것이 자연스럽게 드러나 있다. ‘범례’가 무엇인가. 사전적 의미로는 책의 내용을 아는 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책 첫머리에 그 책의 내용에 대해 해설하고, 읽는 방법 같은 것을 보기를 들어 보이며 적은 글이다. 낯선 길을 가는 나그네에게 일종의 이정표와 같은 역할을 하는 글이다. 『환단고기』가 세상에 처음 모습을 드러내면서 그 저자들이 안함로·원동중이라고 표기되어 있는 『삼성기』 상, 하편을 편자가 「범례」에서 밝혔으므로 편자를 의심하지 않는 한 그 누구도 이의를 제기할 수 없는 것이다. 따라서 이후 『삼성기』의 모든 번역서와 논문은 이 「범례」에 의거하여 저자를 안함로·원동중으로 표기하고 있다.
그런데 바로 이 저자들을 의심하고, 위서의 머리로 삼는 주장이 강단사학 일부에서 제기되었다. 그것도 아주 끈질기게 이어져 왔다. 좀 길지만, 이들의 주장을 일부 중복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인용한다.
1. 『환단고기』에 등장하는 저자들이 의심스럽다는 점입니다. 『환단고기』 『삼성기』는 안함로安含老, 원동중元董仲이 지은 것으로 되어 있는데, 이 안함로와 원동중이라는 이름은 『조선왕조실록』 세조 3년 조에 나오는 『안함·노원·동중 삼성기三聖記』 즉, 안함과 노원과 동중이라는 세 성인의 기록이라는 책 이름을 잘못 끊어 읽어서 만들어진 이름인 것입니다. 그럼 이것을 왜 잘못 읽었다고 이야기할까요? 『신증동국여지승람』 황해도 해주목조에 보면 수양산성首陽山城에 대한 기록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습니다.
世傳, 昔有安咸, 元老, 董仲, 三人卜地以築之〭
세상에 전하기를 옛날 안함, 원로, 동중 3인이 땅을 택하여 그것을 쌓았다고 전한다.
위 기록에는 ‘노원’을 ‘원로’라고 앞뒤 글자를 바꾸어 기재했습니다. 이 잘못 기재된 점과 더불어 3인이라고 명기된 것을 보면, 『조선왕조실록』에 실린 글 역시 안함, 노원, 동중 세 성인의 기록이라는 것이 분명하게 됩니다. 이처럼 『환단고기』는 저자 이름에서부터 조작되었다는 확실한 증거가 나와 있습니다. 이런 책을 역사학에서는 ‘위서僞書’라고 부릅니다.(인용문 앞의 번호–인용자. 이하 동일) (이문영, 『만들어진 역사』)
2. 『환단고기』 「삼성기」의 지은이라고 주장된 안함로(安含老)와 원동중(元董仲)은 안함安含, 노원老元, 동중董仲을 잘못 읽은 것이다. 「삼성기」는 원래 『세조실록』에 나오는 책 이름이다.
바로 이런 식의 오류, 즉 책의 지은이가 위조된 책을 위서라고 한다. 이를 밝혀내는 작업이 사료비판(그 중에서 외적비판)이다. 사료의 이적 비판에서 중요한 것은 교차 검증이다. 조선시대에 나온 『신증동국여지승람』에는 황해도 해주목 ‘고적’조에 “수양산성을 안함, 원로, 동중 세 사람이 쌓았다”는 기록이 나온다. 노원老元의 이름이 뒤집혀 원로元老가 되었는데, 한자는 동일하다. 이처럼 다른 책을 통해서도 『환단고기』가 위조되었다는 사실이 증명된다.( 이문영, 『유사역사학 비판』)
3. 세상에 전하기를, “옛날에 安含, 元老, 董重 세 사람이 있어, 터를 택하여 그것을 쌓았다“고 한다.
위 기록에서는 ‘노원’을 ‘원로’라고 앞뒤 글자를 바꾸어 기재했고, ‘안함’의 ‘함’자도 다르다. 그렇더라도 이들이 3인이라고 명기된 것을 보면, 『조선왕조실록』 세조 3년 조에 나오는 『안함로원동중삼성기』는 안함·노원·동중 세 성인에 관한 기록 혹은 안함·노원·동중 3인이 지은 ‘삼성기’라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안함로·원동중의 『삼성기』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따라서 그것들을 계연수가 백관묵이 소장하였을 리 없는 것이다. 이를 조작하였던 것은 누구였을까. 아무래도 이유립을 지목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조인성, 「『규원사화』·『단기고사』·『환단고기』 위서론의 성과와 과제」 )
4. 『해동고승전』 … 특히 이 책에서 궁금했던 것은 안함安含에 대한 것이었다.
이유립이 왕조실록에 전해지는 [안함·노원·동중 삼성기]를 잘못 읽어서 [안함로·원동중 삼성기]로 재탄생한 사람이기도 하다. 간단하게 정리한다. (오독에 대해서는 http://shaw.egloos.com/1792967 포스팅을 참조)
(중략) 안함이 이처럼 예언서를 쓰고, 각종 예언을 남겼으니 그 이름이 민간에 도선처럼 전해져 내려왔을 것은 불문가지다. 노원과 동중이 어떤 사람인지는 아직 알 수 없으나, 안함과 같은 부류의 사람이었을 것이다. 이들 세 사람을 높여 세 성인[三聖]이라 부른 것을, 이유립은 오독하여 안함로와 원동중이 쓴 삼성기라 판단했으니 참 우스운 일이 아닐 수 없다.(초록불, 해동고승전 연구 *..역……..사..*, 초록불잡학다식. )
5. 소위 <<안함로 삼성기>>, <<원동중 삼성기>>라는 것이 실존한다는 근거는 <<환단고기>>를 제외하면 전적으로 <<조선왕조실록>> 세조 3년에 기재된 수서령에 “안함노원동중삼성기(安含老元董仲三聖記)”라는 것이 나온다는 데 의지하고 있다.
이 서명은, 안함(安含)이 해동고승전에도 등장하는 유명한 고승인 것으로 미루어 “안함, 노원, 동중 삼성(三聖)기” 로 읽는 것이 온당하다. 물론 <<환단고기>> 추종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지만 말이다.
이제 <<신증동국여지승람>> 에 기재된 전승을 보면, 조선 초기에 “안함, 원로, 동중” 3명을 세트로 묶어서 뭔가 신비한 일을 행한 삼총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서 굳이 지적하자면, 전에 썼던 글에서 언급했다시피 http://shaw.eglo os.com/1791930 <<…승람>> 의 고증은 주의해서 살펴봐야 한다. 저 세명이 정말 산 위에다 성을 쌓았을 것이라고(신통술이라도 써서?) 믿는 사람은 아마 거의 없을 것이다. 상당히 많은 경우에 <<…승람>> 에서 건질 수 있는 것은 이 책을 편찬할 ㅇ당시에 그런 이야기가 세상에 존재했다는 정도이다. 상기의 기술은 필자가 생각하기에 해주편 수양산성 항목에서 추려낼 수 있는 최소한의 당대 인식이다. 굳이 안함, 원로, 동중이라는 사람들이 정말 같은 시대에 활약한 사람들이며 황해도 해주에서 뭔가 했다고 받아들일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원로(元老)와 노원(老元) 가운데 무엇이 맞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것으로 보아 실록에 나오는 ”안함노원동중삼성기”를 “안함, 노원, 동중 삼성기”로 끊어 읽는 것이어야 할 이유가 또 있는 셈이다.(by Shaw, 「안함로, 원동중의 실체를 인정치 않는 식민빠들은 똑똑히 보아라. / 「반테러 동양사」)
위 인용문들이 강단사학 일부에서 『환단고기』를 위서, 나아가 유사역사학이라고 주장하는 근거 중의 하나인 『삼성기』 저자에 대한 지적들이다. 내용은 『삼성기』 상·하편 저자인 안함로·원동중은 『세조실록』에 나오고, 『동국여지승람』에도 나오는 안함·노원·동중을 잘못 읽은 것이라는 주장이다. 그리고 바로 이런 식의 오류, 즉 책의 지은이가 위조된 책을 위서라는 것이 저들의 주장이다. 과연 그럴까? 본고는 이들의 주장에 대하여 다각적, 객관적으로 분석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