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의 고향을 찾아서 15
『시詩‧패풍邶風‧식미式微』
『시‧패풍‧식미』는 수자리 나간 사람이 아내가 애타게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고픈 심정을 담은 시다. 훗날 당나라의 시인 왕유王維는 이 시를 활용하여 「위천 땅의 농가(위천전가渭川田家)」라는 시를 지어 집으로 되돌아감의 중요성을 부각시킨다.
어둡고 어둡거늘,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군주의 일이 아니라면,
어째서 이슬 속에 있으랴?
式微式微, 胡不歸?
微君之故, 胡爲乎中露?
어둡고 어둡거늘,
어찌 돌아가지 않으랴?
군주의 몸이 아니라면,
어째서 진흙 속에 있으랴?
式微式微, 胡不歸?
微君之躬, 胡爲乎泥中?
이 시는 수자리 나간 병졸이 노역을 강요하는 가혹한 통치자에 대한 원망을 담은 시다. 이 시의 핵심은 “호불귀胡不歸”에 있다. 날이 어두운데 어찌 집으로 돌아가지 않을 수 있겠느냐는 반문에 있다. 훗날, 동진시대 도연명은 「귀거래혜사歸去來兮辭」에서 “돌아가리라. 전원이 장차 황폐해지려 하거늘, 어찌 돌아가지 않을쏘냐?”(歸去來兮, 田園將蕪胡不歸?)라고 하여, “호불귀胡不歸”란 반문 어법을 통해 전원살이로의 회귀를 강조한다. 시적 화자는 이 시에서 군주가 아니라면 어찌 이런 고생을 하며 지낼 것인가 반문하면서 위정자에 대한 강한 불만과 원망을 토로한다.
잔잔한 물이여,
한 묶음 섶도 흘려보내지 못하네.
그 사람,
나와 신에서 수자리 살지 않네.
그리워라 그리워라,
어느 달에나 나 돌아갈꼬?
揚之水, 不流束薪.
彼其之子, 不與我戍申.
懷哉懷哉, 曷月予還歸哉?
잔잔한 물이여,
한 묶음 싸리나무도 흘려보내지 못하네.
그 사람,
나와 보에서 수자리 살지 않네.
그리워라 그리워라,
어느 달에나 나 돌아갈꼬?
揚之水, 不流束楚.
彼其之子, 不與我戍甫.
懷哉懷哉, 曷月予還歸哉?
잔잔한 물이여,
한 묶음 갯버들도 흘려보내지 못하네.
그 사람,
나와 허에서 수자리 살지 않네.
그리워라 그리워라,
어느 달에나 나 돌아갈꼬?
揚之水, 不流束蒲.
彼其之子, 不與我戍許.
懷哉懷哉, 曷月予還歸哉?
이 시는 『시詩‧왕풍王風‧양지수揚之水』이다. 이 시의 핵심은 ‘환귀還歸’에 있다. 정든 고향집으로 하루 빨리 돌아갈 수 있기를 학수고대하는 것이다. 이 시에서 “양지수揚之水”는 남편에 비유한 것이고, ‘속신束薪’과 ‘속초束楚’와 ‘속포束蒲’ 등은 모두 남녀가 혼인하여 한 몸이 되는 것으로 아내에 비유한 것이다. 시적 화자는 오랫동안 타지의 변방에서 수자리를 살면서 식구들이 기다리는 집으로 돌아가고 싶지만 돌아갈 수 없는 데서 생겨나는 향수와 위정자에 대한 원망을 표출하면서 고향에 돌아갈 수 없을지도 모르는 불안감과 절망감에 사로잡혀 있다.
우르릉 우레 소리,
남산 남쪽에서 울리네.
어이해 그이는 이곳을 떠나,
틈을 내지 못하시나?
씨억씨억 임이시여,
돌아오소서 돌아오소서!
殷其雷,
在南山之陽.
何斯違斯,
莫敢或遑?
振振君子,
歸哉歸哉!
우르릉 우레 소리.
남산 곁에서 울리네.
어이해 그이는 이곳을 떠나,
쉴 틈도 없으시나?
씨억씨억 임이시여,
돌아오소서 돌아오소서!
殷其雷,
在南山之側.
何斯違斯,
莫敢遑息?
振振君子,
歸哉歸哉!
우르릉 우레 소리,
남산 밑에서 울리네.
어이해 그이는 이곳을 떠나,
머물 틈도 없으시나?
씨억씨억 임이시여,
돌아오소서 돌아오소서!
殷其雷,
在南山之下.
何斯違斯,
莫或遑處?
振振君子,
歸哉歸哉!
이 시의 제목은 『시詩‧소남召南‧은기뢰殷其雷』이다. 아내가 멀리 행역을 나간 남편을 그리워하며 지은 시다. 아내는 남편이 하루속히 고향집으로 무사히 돌아오기를 간절히 염원하였다. “돌아오소서 돌아오소서!”(귀재귀재歸哉歸哉!)”라는 아내의 애절한 외침이 읽는 이로 하여금 눈시울을 붉히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