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계묘년 새해 벽두부터 동아시아의 패권경쟁 구도에서 동아시아 역내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일본과 미국 간의 밀착 행보가 심상치 않다.
지난 1월 13일 미 백악관은 미일정상회담 공동성명에서 ‘국제질서에 어긋나는 중국의 행동과 북한의 도발을 점증하는 도전세력’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응한 일본의 반격능력 보유와 국내총생산(GDP) 2% 방위비 증액을 포함한 3대 안보문서 개정에 대해 “이번 일본이 보여준 과감한 리더쉽은 21세기를 위한 미일관계의 현대화“라고 극찬했다.
여기서 일본의 3대 안보문서란, 지난해 12월 16일 각의에서 개정한 외교·안보 기본 지침인 ‘국가안보전략’과 자위대 재편과 역할, 그리고 방위력 건설 방향이 담긴 ‘국가방위전략(구 방위계획대강)’, 구체적인 방위 장비의 조달 방침 등을 정리한 ‘방위력정비계획(구 중기방위력정비계획)을 일컫는다. 개정된 문서는 일본의 중장기 안보, 외교 전략을 비롯해 방위력을 획기적으로 개선·강화하는 군사대국화의 실질적인 마중물이다.
이번 미일정상회담의 큰 특징은 세계적 차원의 안보 위협세력으로 급부상한 중국을 집중 겨냥하여 동아시아 역내 동맹국과 함께 중국의 위협에 대응한 방어망구축에 대해 미일 간 전략적 이해가 정확히 맞물린 것이다.
한편, 미국의 동아시아 안보전략의 핵심은 냉전시기부터 구축된 역내 국가들과의 동맹체제다. 예를 들어, 미·일안보조약, 태평양안전보장조약(앤저스조약), 미·필리핀상호방위조약, 한·미상호방위조약, 미·대만상호방위조약(1979년 폐기) 등이다.
미국이 이 전략적 자원을 통해 과거 냉전시기부터 오늘날까지 중국에 대해 상당한 우위를 확보하고 있는 기득권적 이익은 바로 해양패권이다. 최근 해양패권은 미국이 주도하고 일본, 호주, 인도가 참여하는 ‘자유롭고, 열린 인도-태평양전략’ 하에서 군사안보 부분에서는 쿼드와 오커스, 파이브 아이즈 등을 통해 추구되고 있으며, 경제 분야에선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 기술적인 분야에서는 반도체 동맹인 칩4 등으로 그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상태이다.
여기서 해양패권의 실체라 하면 중국의 동아시아 연해 및 도서국가들 전반에 대한 ‘해양권력투사능력’을 봉쇄할 수 있는 군사·정치적 능력이다. 이러한 능력은 중국 인접 국가들을 미국이 주도하는 동맹체제에 편입시켜 그들의 영토를 군사 기지화할 수 있는 능력과 두 번째는 중국의 전략적 무기 체계의 효력을 무력화 할 수 있는 최첨단 군사력이다.
이 두 가지 능력을 바탕으로 미국이 확보하고 있는 해양패권의 구체적 상징은 바로 중국의 해양권력투사능력을 유사시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오키나와제도와 대만, 그리고 남중국해역, 한반도 서해라는 지정학적 요충지(Choke Point)들에 대한 확고한 장악에 있다. 그런 의미에서 지정학적 요충지에 대한 미국의 지속적인 장악은 동아시아 해양패권의 바로미터라 할 수 있다.
이에 미국의 지정학자인 스파이크먼 교수도 일찍이 70여 년 전에 <평화의 지정학>에서 “중국의 해상팽창을 막기 위해 동아시아-서태평양 연해지역에 군사거점을 두어 중국이 서태평양으로 진출하는 것을 원천 차단해야한다”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는 림랜드(Rimland)이론을 통해 림랜드가 대륙세력과 해양세력 간의 수륙양면의 완충지대로서 그곳의 대규모 인구, 풍부한 자원, 해안선 등을 활용하여 세계를 통제할 수 있다”라고 설파했다. 동아시아 연해지역이 램랜드에 해당하는 지역으로 중국의 해양방어선이라고 일컫는 제1도련선과 겹치는 지역이기도 하다.
또한 미국은 지난 부시행정부 시절 2001년 9월 《4개년 방위정책검토보고서》에서 미국의 사활적 이해관계를 가진 핵심지역으로 림랜드에 해당하는 일본 오키나와로부터 대만, 동남아 도서국가, 호주, 벵골만 등에 연하는 ‘동아시아 연해국지역(East Asian Littoral)’을 지정하기도 했다. 이처럼 동아시아 역내 중국의 해양팽창을 원천 봉쇄할 수 있는 지정학적 요충지로서 최적화된 림랜드가 바로 미국의 해양패권의 주축인 대만과 오키나와제도라 할 수 있다.
특히 이번 바이든-기시다 미일정상회담에서 주목할 부분은 대만 유사시를 겨냥한 미일 양국의 구체적인 대응 조치들이다. 미국에게 대만은 지정학적으로 중국의 턱밑에서 칼끝을 겨누는 비수와 같은 지역으로 중국의 해양팽창을 견제할 수 있는 불침항모(不沈航母:가라앉지 않는 항공모함)와 같은 난공불락의 요새 역할을 한다. 그리하여 이번 일본의 방위력 강화 구상도 실질적으로 대만 유사시에 초점이 맞춰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우선, 미국은 8,580억 달러(한화 1,114조원) 국방예산을 확보하여 글로벌 차원의 군사적 절대 우위를 지속적으로 확보할 방침이다. 일본의 반격능력에 필수적인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사거리 1,600km) 1,000기 도입 지원과 사거리 1천km 넘는 대함미사일 개발 협력, 각종 최첨단 정보정찰 자산 통합 운용도 지원할 계획이다. 또한 센카쿠제도가 미일안보조약 제5조에 따른 방어대상이라는 점도 재차 환기시켰다.
둘째, 대만 유사시 대비와 중국 대륙을 겨냥한 오키나와제도를 포함한 난세이제도(南西諸島)에 대한 요새화다. 미국은 2025년까지 오키나와현에 주둔한 미해병대를 개편하여 병력 2천명 내외의 최첨단 정보-정찰과 대함미사일 능력으로 무장한 해병연안연대를 창설하여 배치키로 했다. 일본도 오키나와 현 병력 2천2백 명을 3천명으로 증강하는 여단급으로 확대 개편하고 1천km 장거리 대함미사일을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또한 일본정부가 민간기업으로부터 매입한 가고시마현 남쪽으로 12km 떨어진 마게시마(馬毛島)에 미국은 F-35와 F-22전투기는 물론, 탐지거리 2천km 사드(THAAD),와 본토 방어용 레이더 HDR 등을 배치하여 중국을 본격 견제하겠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미국은 지난 2월 2일 필리핀 정부와 협의를 통해 해군과 공군 기지로 활용할 수 있는 군사기지 4곳을 새로 확보했다. 이들 기지들은 대만과 비교적 가까워 대만에서 전쟁이 일어났을 때 미 해군과 공군 전력이 투사가 용이한 루손섬 북부 카가얀주와 그리고 중국과 필리핀 간 해양영토분쟁 중인 스프래틀리군도(중국명: 난샤군도)를 마주한 팔라완 섬 등이다. 미국은 지난해도《2014 방위협력확대협정》따라 필리핀 군사기지 5곳을 이미 확보하였는데, 이번 합의로 모두 9곳을 미군이 이용할 수 있게 됐다.
이 같은 일련의 조치들은 중국이 남중국해로 세력권 확장 견제와 대만해협
유사시에 군사적으로 확고히 백업(Back-up)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로 보인다
셋째, 일본은 반격능력을 포함한 일련의 방위력 증강을 위해 방위예산을 올해부터 2027년 회계연도까지 국내총생산(GDP) 2%을 증액하여 43조엔(410조원)예산을 확보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올해 방위예산을 작년 대비 26%나 증가한 6조 8천억 엔(65조 7천억 원)을 편성하여 토마호크마사일을 2,113억엔 구매와 극초음속 유도탄 연구비로 585억엔을 반영했다. 또한 잠수함 발사가 가능한 사거리 2천km 이상의 고속 활공탄과 3천km 사거리인 극초음속 미사일도 장기적으로 개발할 예정이다.
이와 같이 일련의 미일 합의에 대해 기시다 총리는 존스홉킨스대 강연에서 “이번에 적기지 공격 능력 보유를 뼈대로 한 미일동맹 강화가 1951년 안보조약 체결, 1960년 신안보조약 개정, 2015년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가능케 한 안보법제 제·개정에 이은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결정 중 하나임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번 미일정상회담의 궁극적인 결론은 미국이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일본을 전쟁할 수 있는 지역 군사강국으로 탈바꿈시켜 미국판 이이제이(以夷制夷)전략이라 할 수 있는 미국의 동아시아 역외균형자 핵심 역할을 맡도록 하는 것이다. 이러한 미국의 전략적 행보는 바로 군사·정치적으로 비대해진 중국을 적극 견제하겠다는 미국의 강력한 의지가 담긴 ‘동아시아 해양패권전략’의 실체라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미 바이든 대통령의 방패와 창을 모두 갖춘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추인하고 지원하는 선택이 과거 군국주의 향수를 동경하여 역사수정주의를 조장하는 일본 보수세력에게 권토중래할 수 있는 소위 “고삐 풀린 망아지”로 귀결될 수 있다. 이에 우리 대한민국 외교-안보관련 정부 부처에서는 경계심을 가지고 여러 상황관련 경우의 수를 놓고 냉정하고 심도 있는 대응전략이 필요하다.
끝으로 우리 정부는 미일외교·국방장관 회담과 미일정상회담 중 한반도문제를 논의하는 과정에서 과거 1905년 7월 카쓰라-테프트밀약, 혹은 1945년 2월 얄타회담처럼 우리가 모르는 한반도 운명을 좌우할 그들의 어떤 이면 합의 존재나 움직임에 대해 지난날 역사의 반면교사로 삼아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