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 유일명은 어떤 사람인가
- 단학과 역학을 어떻게 회통시킬 것인가
- 단경의 진리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 유일명은 어떤 사람인가
도교사에는 수많은 내단 사상가들이 존재한다. 그 대표적인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 바로 청나라의 도사道士 유일명劉一明(1734-1821)이다. 그는 1734년 세종世宗(옹정擁正 12년)에 태어나 1821년 선종宣宗(도광道光 원년)까지 살았다. 호號는 오원자悟元子이며, 별호別號는 소박산인素樸散人 또는 피갈산인被褐散人이며, 산서성山西省 평양부平陽府 곡옥현曲沃縣(지금의 산서성山西城 문희현聞喜縣 동북부東北部) 사람이다. 유일명은 도교의 내단사상에 대해 중요한 저술들을 남겼는데, 『도서십이종道書十二種』에 실려 있다. 그는 전진교全眞敎 용문파龍門派 11대 전인傳人이었다.
유일명은 『역易』에 바탕을 두고 도교의 내단사상을 정초시키려고 하였다. 그는 도교의 내단 사상가이자 역학에 대해 독창적 견해를 지녔던 사람이었다. 유일명은 『역』의 경문을 도교의 내단사상에 근거하여 해석하였고, 도교의 단학과 역학이 하나임을 주장하였다. 그는 『역』을 도교의 내단사상의 수련이론, 즉 성명쌍수性命雙修를 밝히는 책이라는 사실을 강조하였다.
유일명에게는 『역』에 관한 저술과 역대의 주요 단경丹經에 관한 저술을 비롯해 20여 종의 주석서 및 저서가 있다. 『역易』에 관련된 주해서는 『주역천진周易闡眞』, 『공역천진孔易闡眞』, 『참동직지參同直指』 등이 있고, 단경丹經의 주해서註解書로는 『고효가직해敲爻歌直解』, 『백자비주百字碑注』, 『음부경주陰符經注』, 『무근수해无根樹解』, 『황정경해黃庭經解』, 『금단사백자해金丹四百字解』, 『오진직지悟眞直指』와 『도덕경회요道德經會要』, 『심경해온心經解蘊』 등이 있다.
- 단학과 역학을 어떻게 회통시킬 것인가
유일명의 핵심과제는 단역회통丹易會通, 즉 도교의 단학과 유교의 역학을 어떻게 하면 회통시킬 수 있는가 하는 데 있다. 유일명은 『주역』과 『주역참동계』와 『오진편』의 사상을 깊이 연구하였다. 그는 단학과 역학이 매우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다음과 같이 말한다.
“단경과 자서의 수많은 책들이 모두 역의 이치에서 벗어나지 않는다.”(『孔易闡眞』: “丹經子書天帙萬卷, 總不外易理.”)
유일명은 역도회통론자易道會通論者이다. 그는 “단도丹道는 곧 역도易道이고, 성인의 도는 곧 신선의 도”(「易理闡眞序」: “丹道卽易道, 聖道卽仙道.”)라고 강조한다. 단도丹道는 성명性命의 도道이고, 역도易道는 음양陰陽의 도道이다. 옛날에 성인이 『역』을 지을 때에는 성명의 이치에 순응하고자 하였기 때문에 『역』의 본문은 성명으로 기초를 삼았다. 단도와 역도는 성명性命과 음양陰陽의 체용일여의 관계라고 할 수 있다. 성명은 음양의 체이고, 음양의 성명의 용이다.
이상에서 살펴본 것처럼, 우리는 유일명이 유교의 역리易理와 도교의 단법丹法을 동일하게 생각하고 『역』을 해석하는 그의 저작이 내단학설을 근본으로 삼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일명의 내단사상에서 역학은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왜냐하면 유일명이 ‘선천진일지기先天眞一之氣’를 최고의 본체로 보고 『역』의 상象, 수數, 리理로 천도의 존재근거로 삼아 신선이 되는 것을 궁극적 목표로 설정하여 단역회통丹易會通 또는 역도회통易道會通의 수련체계를 확립하였기 때문이다.
유일명은 『역리천진서易理闡眞序』에서 이렇게 말한다.
“단경의 유래는 후한 위백양 진인에서 시작되었다. 진인이 도를 이룬 뒤에 세상에서 배우는 이들이 삿된 가르침과 삿된 말에 미혹되고 성현의 대도를 알지 못하여 매양 대부분 한 세상을 헛되고 헛되이 보내며 늙도록 도를 이루지 못함을 불쌍하게 여겨 마침내 역도를 기준으로 삼아 『참동계』를 지어서 성명의 원류와 음양의 참됨과 거짓, 수련의 법칙과 공부의 차례를 밝혔다.…『참동계』가 한 번 나오자 그 갖춘 것을 상세하게 밝혔으니 하늘의 기틀을 대략 드러내었다. 뒷날 도를 터득한 뭇 진인들은 모두 『참동계』를 비조로 삼아 비유하고 본받아서 각기 단경을 지어 『참동계』에서 드러내지 못한 바를 드러냈으니, 밝히고 또 밝혀서 성명의 이치가 미진한 곳이 없게 되었다.”
丹經之由, 始於後漢魏伯陽眞人. 眞人成道後, 憐世之學人惑於旁門邪說, 不知聖賢大道, 每多空空一世, 到老無成, 遂准易道而作參同契, 以明性命源流、陰陽眞假、修持法則、功夫次序.…參同一出, 詳明其備, 大露天機矣. 後之了道群眞, 皆祖參同譬象, 各作丹經, 發參同所末發, 詳而又詳, 明而又明, 性命之理無餘蘊矣.(『易理闡眞序』)
유일명은 단경의 유래를 한대漢代의 환제桓帝(147-167) 무렵에 생존했던 것으로 추정되는 위백양魏伯陽(?-?)의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에 두고 있다. 『역』에 바탕하여 도교의 내단사상을 정초하려는 노력은 위백양의 『주역참동계』 이후 도교사에서 하나의 전통이 되었다. 위백양의 『주역참동계』는 선천학과 후천학을 내양외련內養外煉의 일체관의 관점에서 제시하였다.
오대와 북송 초기의 도사 진단陳摶(871-989)은 내단학과 상수학의 관계를 중심으로 ‘후천상수後天象數’와 ‘선천초상수先天超象數’의 관계를 통합하려고 하였다. 장백단張伯端(984-1082)은 『오진편悟眞篇』에서 『주역참동계周易參同契』를 내단이론으로 활용하고 당말 오대 무렵부터 성행하기 시작한 종리권과 여동빈의 ‘용호교구龍虎交媾’의 기법을 계승하였다. 그는 역괘易卦와 역상易象을 통하여 단도丹道를 기술하였다.
송말과 원초의 유염愈琰(?-?)은 ‘선천역先天易’과 후천의 ‘신중지역身中之易’의 관계를 중심으로 내단학과 역햑의 관계를 분석하였다. 그는 역도易道와 단도丹道를 통합하여 유교와 도교를 회통시키고자 하였다.
“대저 천지의 음양을 논의할 때는 선유의 말을 참고하고, 약화조화를 서술할 때는 뭇 신선들의 말로 입증한다.”
凡論天地陰陽, 則參以先儒之語, 述藥火造化, 則證以諸仙之言.(『周易參同契發揮』)
유염의 역학사상은 도교의 내단학과 송나라와 원나라의 도서역圖書易을 하나로 결합하려는 것이다. 그의 내단학은 위백양의 『주역참동계』와 소강절의 선천도를 중심으로 하는데, 소강절의 선천도를 가지고 내단학의 비결을 밝히려는 것이다. 유염은 ‘신중지역身中之易’이라는 새로운 단도역丹道易을 만들었다. 금단金丹은 곧 몸 안에 있는 『역』이라는 것이다. 역상易象은 천도에 대한 기술이고, 단도丹道는 내단수련에서 천도의 규율에 대한 실천이다. 천도가 본체이고, 역상이 작용이다.
“문득 은자를 만나 『역』 읽는 법을 전수받았는데, 마침내 선천도에 나타난 환중의 비밀을 완전히 터득하였다. 돌이켜서 내 몸에서 찾아보니, 소강절이 말한 태극ㆍ천근월굴ㆍ삽십육궁 등이 모두 나에게서 갖추어지지 않은 것이 없었다. 이것이 바로 내 몸 속의 역이다.”
忽遇隱者授以讀易之法, 乃盡得環中之祕, 反而求之吾身, 則康節邵子所謂太極, 所謂天根月窟, 所謂三十六宮, 靡不備焉. 是謂身中之易.(『易外別傳序』)
그러나 위백양을 비롯하여 여러 사람들은 모두 『역』의 음양이론을 내단사상의 이론적 전제로 받아들이거나 아니면 중요한 개념에 주목하는 정도였다. 『역』의 경문 전체를 도교의 내단사상의 입장에서 체계적으로 해석한 것은 유일명의 『공역천진』과 『주역천진』이 최초라고 말할 수 있다.
“비로소 단도가 곧 역도요 성인의 도가 곧 선도임을 알았다. 『역』은 점치는 책이 아니라 곧 이치를 궁구하고 본성을 다하여 천명에 이르는 학문이다. 내 감히 혼자서 하지 못하고 삼역의 주를 마친 뒤에 두 스승의 종지를 체득하고 위백양의 뜻을 기술하여 단법을 무두 『역』의 도괘와 괘사 가운데 붙여놓았다.” (「易理闡眞序」: “始知丹道卽易道, 易非卜筮之書, 乃窮理盡性至命之學矣. 予不敢自私, 爰於三易注略之後, 體二師之旨, 述伯陽之意, 盡將丹法寓於周易圖卦繫辭之中.”)
유일명은 『역』과 내단사상이 하나임을 주장함과 동시에 『역』은 점을 치는 책이 아니라 내단사상의 원리인 성명쌍수를 밝히는 책임을 분명히 하였다. 유일명은 음양화합이 내단사상의 핵심이고 이를 『역』에서 잘 해명하고 있다고 본다. 그는 『수진구요』에서 금단의 도는 조화의 도인데 이는 음양화합을 통해서만 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유일명은 『역』의 64괘의 괘사에 모두 내단수련의 원리가 들어 있다고 보았다. 이는 구체적으로 말하면 내단수련의 기본자세와 내단수련을 이끌어가는 제반의 실천덕목 및 수련의 제 단계에 관한 내용들이 들어 있다는 의미이다.
- 단경의 진리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
유일명은 위백양魏伯陽과 장백단張伯端을 도교의 정맥으로 본다. 『역易』의 형상을 세워서 뜻을 드러내려는 형상을 세워 뜻을 드러내는 ‘입상진의立象盡意’를 바탕으로 한 형상과 언어로 의심을 타파하는 ‘형상파의象言破疑’를 통해 도교 올바른 진리 인식과 실천을 강조한다. 유일명은 위백양과 장백단이 자신들의 저술에서 취한 ‘취상입언取象立言’한 뜻을 이해하고, 이런 이해를 바탕으로 하여 『상언파의象言破疑』를 저술하여 진리를 제대로 밝히면서 성명쌍수性命雙修의 근본의미를 밝히고자 한다.
유일명은 『역』의 본문을 내단수련의 상징으로 이해하면서 그 상징적 표현 속에 들어 있는 숨은 뜻을 밝히고자 한다. 유일명이 왜 『상언파의象言破疑』를 저술했는가 하는 상황은 다음의 글에 잘 나타난다.
“슬프다! 정도가 실전된 지 이미 오래되어 어제 오늘이 아니다. 내가 참된 스승을 만난 뒤로부터 여러 문파의 단경을 수집하여 서로를 참고하여 살펴보아 실로 형상과 언어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뜻을 파악하게 되었다. 이에 스승에게 얻은 바를 『참동계직지』, 『오진직지』, 『주역천진』, 『서유원지』 등의 책 속에 모두 다 은밀히 말하였으나 오히려 배우는 사람들이 꿰뚫어 이해하지 못할까 염려하였다. 또 상언파의 한 권을 저술하여 그림과 괘상을 그려 넣어 옳고 그름을 자세히 구분하여 곁가지를 잡고 진리라고 여기는 삿된 가르침을 일소하여 정도를 지적하고 삿된 학설을 쓸어버려 참된 종지를 분별하고자 하였으니, 이것이 곧 내가 본래 원한 것이다. 이 책을 보는 사람은 죽은 사람이라도 또한 살릴 수 있는 술수를 말한다고 생각하여 찌꺼기처럼 대수롭게 여겨 버리지 않으면 참으로 다행이겠다.”
悲夫, 正道失傳已久, 不自今始. 余自遇眞師之後, 取諸家丹經, 彼此參看, 實有得乎象言之意, 因將所得於師者, 盡洩於參悟闡眞原旨等書之內, 猶恐學者難於貫通, 又著象言破疑一書, 繪圖畫像, 細分是非, 掃旁門而指正道, 息邪說而辯眞宗, 此則余之本願. 見是書者, 當思死人亦能說生術, 勿以糟粕笑棄, 爲幸甚.(劉一明, 「象言破疑序」)
위에서 인용한 유일명의 말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유일명이 살던 당시까지 단경丹經의 정통에 해당하는 위백양의 『주역참동계』와 장백단의 『오진편』의 사유방식과 다른 다양한 견해 혹은 이해가 나타났음을 반증한다는 점이다.
위백양과 장백단은 각기 『역』의 형상을 세워 뜻을 드러내는 ‘입상진의立象盡意’의 사유방식을 빌어서 『참동계』와 『오진편』을 저술하였다. 유일명은 위백양과 장백단을 정통으로 보고, 그들이 ‘수진지도修眞之道’를 밝히기 위해 방편으로 취한 형상과 언어를 세운 뜻을 이해하고 『단경』의 진리를 밝히고자 하였다.
유일명은 ‘수진지도’와 관련하여 정도正道를 회복하고 진종眞宗이 무엇인가를 밝히면서 득의망상得意忘象, 득의망언得意忘言하지 못하고 형상에 집착하면서 세상을 혹세무민하고 성명쌍수性命雙修를 제대로 실천하지 못하는 삿된 가르침과 삿된 학설을 배척한다는 입장에서 『상언파의象言破疑』를 저술한다. ‘상언’과 ‘파의’는 서로 다른 별개의 것이 아니다. ‘상언’을 통해 도교에서의 참 진리를 밝히면서 그 참 진리와 관련된 도교의 성명쌍수에 대한 잘못된 이해를 타파한다는 의미가 동시에 담겨 있다.
참고문헌
劉一明, 『劉一明著作集』(北京: 華齡出版社, 2022)
賴錫三, 『丹道與易道-內丹的性命修煉與先天易學』(臺北: 新文豊, 2010)
白嫻棠, 『信仰與敎化: 劉一明的信仰之道與敎化之論』(北京: 中國社會科學出版社, 2018)
賈來生ㆍ謝小平, 『劉一明丹道哲學思想硏究』(北京: 中國社會科學出版社, 2021)
유일명, 임채우 옮김, 『주역천진』(서울: 청계, 2006)
강경구, 「劉一明의 내단 사상에서의 修道論 -「神室八法」에 나타난 修道論을 중심으로-」(『도교문화연구』 제56집, 한국도교문화학회, 2022)
김낙필, 「유일명의 내단사상」(『한국종교사연구』 6권, 한국종교사학회, 1998)
조민환, 「『상언파의(象言破疑)』와 진리인식(眞理認識)」(『동양철학연구』 83권, 동양철학연구회, 20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