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알 림–
유철 박사의 연구논문 「증산도의 근본사상」을 나누어 싣는다. “비판철학을 통해서 서양 근대철학을 종합한 철학자” 칸트Kant, Immanuel를 전공한 젊고 유능한 중견학자로서 현재 상생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유박사는 이미 관련분야에서 탁월한 연구업적을 이룬 전문가다. 특히 여기에 게재하게 된 유철 박사의 「증산도의 근본사상」은 관련 분야에서 더욱 심화발전된 연구로 이미 평가를 받은 업적들이다.
이 연구는 관련학계는 물론 관련 분야의 발전을 위한 큰 디딤돌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유철 박사의 노고에 깊은 찬사를 보낸다.
– 유철 박사 약력 –
경북대 철학과 및 경북대 대학원 졸업(철학박사)
경북대, 대구교육대, 대구한의과대 등에서 강의했다.
주요 논문; 「칸트의 자아론」(박사학위논문), 「칸트에 있어서 내감의 역설과 자아」, 「현상체와 가상체」 외 다수,
주요 연구논저; 『근본으로 돌아가라』 외 다수가 있다.
현재 상생문화연구소 연구위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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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산도의 근본사상 제1회
원시반본原始返本(이 때는 원시반본 하는 시대라) 1
*** 논문에 있었던 각주는 생략한다.
각주는『근본으로 돌아가라』(상생출판, 2011)을 참조할 것. 이하 동일
원시반본의 뜻은 ‘근본으로 돌아감’이다. 그럼 그 주어는 무엇인가? 무엇이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인가? 그 답은 우주만물이다. 즉 존재하는 모든 것이 그 근본으로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러나 의문은 여전히 남는다. 먼저 근본이란 무엇인가? 그 근본이 무엇이기에 그곳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인가? 그리고 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일까? 그리고 어떻게 돌아간다는 것일까? 더 나아가 언제 그 근본을 찾아 돌아갈 수 있다는 것인가? 이러한 물음에 대한 대답이 이 장에서 풀어야할 과제이다. 우리는 이장의 논의를 통해서 우주와 인간과 역사의 필연적 과정에 대해 많은 생각들을 정리할 수 있을 것이다.
1. 우주 1년, 원시반본, 개벽
증산도에 의하면 우리가 사는 우주는 직선적인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순환운동을 한다. 우주 순환의 1주기를 ‘우주 일 년’이라고 하고 우주 일 년은 생장염장(生長斂藏 즉 봄, 여름, 가을, 겨울)의 과정을 갖는다. 하늘과 땅이 개벽된 이래 우주는 선천개벽과 후천개벽의 순환으로 만물을 낳고 기르며 추수하고 휴식기에 들어가는 과정을 되풀이하여 왔다. 우주의 봄이 되면 따뜻한 하늘기운이 지상을 내쳐 만물을 소생케 하고, 여름기운은 땅이 이를 받아들여 강렬하게 성장하게 하며, 가을이 되면 신神의 심판으로 결실이 이루어지며, 겨울에는 생生, 장長, 성成의 분열성장운동을 종결하고 생명의 근본자리로 돌아가 휴식기에 접어든다.
이러한 우주관은 역학易學에 의해 원리적으로 논증되었으며, 증산도의 모든 진리는 우주론적 원리를 떠난다면 정확히 해명될 수 없을 것이다. 우주의 1년 시간대에서 지금은 선천(봄여름)과 후천(가을)이 교체하는 하추교역기이다. 증산은 하추 교역하는 이때를 천지개벽시대(《증산도도전》
5편202장3절, 이하 《도전》이라 약칭하고 인용은 편:장:절로 한다.), 해원상생시대(2:24:1-3), 천지성공시대(2:43:4)라고 표현한다. 이는 한마디로 지금 이 때는 바로 모든 것이 근본으로 돌아가는 원시반본 하는 시대(2:26:1)임을 선언한 것이다.
우주의 가을개벽은 우주변화의 원리 측면에서 필연적으로 다가오는 섭리이다. 이러한 가을개벽의 근본정신을 강증산(姜甑山 1871-1909)은 원시반본이란 말로 표현하고 있다. 우주의 여름에서 가을로 넘어가는 후천개벽은 우주의 필연적 질서이며, 이는 또한 신도神道의 측면에서 집행되는 심판의 과정이며, 인간의 실천에 의해 실현되는 선경仙境의 완성과정이다. 후천개벽의 근본정신 혹은 방향이 바로 원시반본이다. 지금은 원시반본 하는 때라는 것은 후천개벽의 때라는 것이며, 모든 것이 그 근본뿌리로 돌아가는, 돌아가야 하는 때라는 것을 의미한다. 지금까지의 선천은 상극의 이치가 지배하였고(2:17:2), 따라서 모든 것이 근본을 이탈하여 천지자연은 병들고(2:16:1), 인간은 무도無道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원시반본정신에 의해 근본과 뿌리를 찾지 못하는 자는 다 죽음의 심판에서 벗어날 수 없다.”(7:17:3-4)는 증산의 말은 이 시대가 당면한 절박한 개벽의 때를 밝힌 것이다.
이 장에서는 증산의 우주적 진리를 개벽과 원시반본이란 개념을 중심으로 논할 것이다. 인간의 마음을 가진 증산은 인간의 구원을 철두철미 고민하였으며, 신의 권능을 가진 증산은 천지를 뜯어고치는 개벽장으로서 새로운 미래를 마련하였다. 우주의 순환에 따라 열리는 새 판에서 선천의 병든 생명은 더 이상 존재할 수 없다. 모든 것이 가을의 숙살기운으로 진멸할 따름이다. 이때에 증산은 인간으로 강세한 것이다. 우주의 틀바꿈은 바로 모든 병든 것을 죽임이며, 그 죽임은 새로운 살림의 길이다. 증산이 말하는 원시반본은 바로 우주가을의 숙살지기에서 다시 살림의 길을 여는 것이다.
원시반본은 우주의 가을정신이다. 우주의 변화원리로서의 원시반본이며, 문명의 변화정신으로서의 원시반본이며, 생명의 근본을 찾는 원시반본이다. 증산의 강세 이유는 바로 원시반본정신에 의해 후천개벽을 집행하고, 인류를 선천의 무도세계無道世界로부터 구원하고, 후천의 선경세계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필자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새로운 생명사상, 구원의 진리인 증산도의 원시반본사상原始返本思想이 갖는 개벽적 의미이다. “모든 것이 나로부터 다시 새롭게 된다.”(2:13:5)는 증산의 말은 원시반본사상의 본질을 압축적으로 표현한 말이다.
원시반본에서 중요한 것은 본本이다. 본은 다양한 의미로 이해된다. 민족의 뿌리, 생명의 근원, 도의 본원, 우주자연의 근원, 창조의 본질, 인간의 본성 등등. 이러한 다양한 의미를 갖는 본本에로 반返하는 것이 원시반본이다.
원시반본은 현대의 위기를 낳은 선천질서를 총체적으로 부정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시대의 이상적 가치이념을 드러낸다는 측면에서, 그리고 위기의 원인을 우주자연의 원리 측면에서 고찰한다는 점에서 기존의 종교적 구원관과 다르다. 따라서 원시반본은 과학적 기술주의와 합리적 도구주의로 드러나는 위기현상뿐만 아니라 자연의 상극구조相克構造로 인한 위기의 근원을 해체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원시반본이념은 상극의 질서를 끝맺는 구원의 절대정신이며, 가을개벽의 생명원리이다.
이 장에서 중요한 화두는 바로 원시반본사상의 구원정신救援精神이다. 즉 우주자연의 상극질서가 상생질서로의 전이 및 인간과 문명의 본질적 가치질서의 회복이 과연 어떻게 가능한가, 그리고 결과적으로 자연과 인간을 위한 새로운 생명세계는 어떻게 실현되는가에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중요한 것은 원시반본사상이 갖는 자연과 문명과 역사의 전환정신을 통찰하는 것이다. 즉 원시반본은 단순히 처음의 근본을 찾는 것이 아니라 문명의 전환기, 천지자연의 환절기, 역사의 교체기에서 필연적으로 도래하는 이상적인 상태의 현실화를 의미한다. 즉, 원시반본은 천지성공시대를 여는 근원적 실현방안이다.
우주자연은 생장염장生長斂藏이라는 1년의 순환 질서를 포함하고 있고, 그 순환 속에서 인간과 자연은 성장과 발전이라는 항상적 운명을 갖는 것이 아니라 하추교역기라는 극적 순간을 맞이한다. 그 극적 순간에 자연과 문명과 역사의 질서는 총체적 변국(총체적 개벽)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한 전환의 포인트는 인간의 심판과 구원에 있어서 필연적
과정으로 생각된다. 원시반본은 인간의 구원과 이상세계의 실현을 위해 무엇이 필연적이고, 무엇이 당위적이어야 하는가를 지시하는 절대이념이라는 측면에서 한편으로는 천지개벽의 핵심정신이면서, 동시에 이와 유비類比될 수 있는 정신개벽, 도덕개벽, 문명개벽의 기본방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하에서 우리는 이러한 원시반본을 우주론적 측면과 문명개벽, 그리고 마음개벽의 측면을 중심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