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민족의 소도 문화 4

 

 소도문화의 변천 (1)

 

단군조선의 말기에 접어들자 소도문화는 시대적 상황에 걸맞게 점차 확대 분파分派되고, 여러 지역으로 뻗어나가 토착화되면서 지역마다 각기 다른 모습으로 변전變轉되기에 이른다. 변전의 중요한 특징은 크게 세 관점, 즉 천단天壇의 구조형식의 변화, 대시전大始殿 명칭의 개칭, 낭가문화郞家文化의 변천이라는 관점에서 약술해볼 수 있다.

첫째는 소도에 마련된 제천단의 설치구조가 변경됐다는 것이다. 홍산문화紅山文化에서 보듯이, ‘천원지방’의 우주관을 표출하고 있는 제단의 구성형식은 위쪽에 원형圓形으로, 그 밑에는 방형方形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이 구조형식이 바뀌어 위쪽에는 방형이고 그 밑에는 원형으로 건립되었다는 것이다.

둘째는 삼신일체상제를 모시는 신교의 제천의식은 국중대회國中大會를 즐기는 축제문화의 장場으로 변질되어 갔고, 또한 소도에 건립된 대시전大始殿은 환웅전桓雄殿으로 바뀌었다가, 환국ㆍ배달ㆍ단군조선을 창업하여 다스린 국조삼신을 모시는 삼신전三神殿으로 변경되었고, 고려가 들어서자 불교가 들어오면서 환웅전이 불상을 모시는 대웅전大雄殿으로 둔갑됐다는 것이다.

셋째는 소도에 세워진 경당扃堂으로부터 낭가문화가 정착되었는데, 이는 시대를 거듭하면서 단군조선의 국자랑國子郞, 문사文士와 무사武로 구분되는 고구려의 조의선인皂衣仙人, 국선國仙과 낭도郎徒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신라의 화랑도花郞徒, 그리고 근대 조선의 선비[士] 정신으로 변천되면서 그 맥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제천단의 구조변화

제천祭天은 글자 그대로 하늘에 제사를 지내는 의식이다. 이는 창세기 인류 최초의 국가 환국桓國의 원형문화에서 기원한다. 그 문화의 중심에는 신교神敎가 있다. 신교는 본래 제정일치 시대에 하늘, 땅, 인간의 모든 것을 주재하는 삼신일체상제님을 받들어 모시고, 그 덕화德化의 가르침을 받아 내려 백성들을 교화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제천은 신神을 맞이하는 제사의식이다. 이는 환국桓國 말기에 환웅천황이 배달국을 개창할 때, 태백산 신단수神檀樹 아래에 신시神市를 열고 천제를 올린 사실이나, 단군왕검이 조선을 건국할 때 아사달에 도읍을 정하고 천제를 올린 사실에서 확인할 수 있다.

환국-배달-조선으로 이어지는 국통國統의 계승이나 종통宗統을 승계 받는 국가의 주요 대사가 있을 때, 천황天皇은 거국적인 제천을 필히 거행했다. 그런데 제천하기 위해서는 우선 제단이 마련되어야 한다. 제단은, 모든 것이 음양 짝으로 존재하는 이치와 마찬가지로, 대대待對하여 쌍으로 건립된다. 지존의 삼신일체상제님을 모시는 천단과 반대쪽에 제신諸神을 모시는 신단神壇이 그것이다. 그래서 소도가 있는 곳에는 천단과 신단이라는 두 개의 제단이 설치됐던 것이다. “산꼭대기에 땅을 파서 성단聖壇을 만드는데, 이를 천단天壇이라 하고, 산골짜기에 나무를 세워 토단을 쌓은 것을 신다神壇이라 한다[在山頂而塹山爲城壇者 曰天壇, 在山谷而植木爲土壇者 曰神壇”](『태백일사』 「신시본기」).

천단은 우주만유를 총괄하여 주재하는 삼신일체상제님을 모시는 곳이기 때문에 하늘[天], 땅[地], 인간[人]이 하나가 됨을 상징하는 형태로 건립돼야 한다. 그 모습은 하늘의 도道가 원만함을 상징하는 둥근 원형으로 된 구조형식을, 땅의 도가 방정함을 상징하는 네모진 방형으로 된 구조형식을, 전체적으로 하늘의 원만함과 땅의 방정함을 본받은 사람의 도가 삼위일체로 하나 됨[각角]을 상징하는 모습으로 건립되어야 한다. 이것이 바로 ‘원 ㆍ 방 ㆍ 각’의 구조형식으로 건립된 천단이다. 이러한 모습은 바로 우주관을 표상하는 ‘천원지방’의 꼴로 이루어져 있다.

천원지방의 구조형식으로 만들어진 인류최초의 천단은 중국 적봉赤峯 일대의 우하량유적牛河梁遺跡에서 확인할 수 있다. 그 지역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유물 유적이 발굴된 곳이다. 이것들이 출토되자 중국정부는 아무런 역사적인 전거가 없다는 의미에서 ‘신비의 문명’, 혹은 일대가 붉은 산이라는 의미에서 홍산문명紅山文明이라고 불렀다. 사실 그 문명을 일으킨 주체는 동이족이다. 그들은 바로 배달국 시대에 살았던 동북아 한민족의 조상이었음이 점차 밝혀지고 있다.

홍산문명의 3대 요소로 꼽히는 유적은 제천하기 위해 3단으로 건립된 천단天, 그리고 여신묘와 적석총이 대표적이다. 천단은 주로 산을 끼고 건립되었는데, 그 구조는 원형과 방형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추정된다. 다시 말하면 천단은, ‘하늘은 둥글고 땅은 방정하다[天圓地方]’는 뜻의 구조형식을 나타내고 있다. 위쪽에 하늘을 상징하는 원형으로 된 터가 자리하고 있고, 바로 그 아래에 땅을 상징하는 방형으로 된 터가 위치해 있는 흔적은 이를 말해주고 있다. 그리고 천단의 반대편에는 조상신과 제신諸神을 모시는 신단神壇이 설치되었던 터가 있다. 천원지방의 구조형식으로 건립된 제천단은 오늘날 중국 북경에 있는 천단이나 대한제국의 고종황제가 천제를 올리기 위해 건립한 서울의 환구단圜丘壇에서 볼 수 있다.

그런데 북경의 천단이나 서울의 환구단보다 더 오래전에 건립되어 오늘날까지 유지되고 있는 제천단이 한국 땅에 현존한다. 바로 단군조선시대에 건립된 것으로 알려진 강화도 마리산의 참성단塹城壇이다. “초대 단군왕검은 재위 51년 무오년에 운사 배달신倍達臣에게 명하여 혈구穴口에 삼랑성三郎城을 건설하게 하시고, 마리산에 제천단을 쌓게 하니 지금의 참성단이 곧 그것이다[戊午五十一年 帝命雲師倍達臣 設三郎城于穴口 築祭天壇於摩璃山 今塹城壇 是也]”(『단군세기』).

그러나 강화도 마리산의 참성단은 홍산문명에서 보는 제천단, 중국 북경의 천단이나 서울에 있는 환구단의 구조형식과는 사뭇 다르다. 참성단은 천원지방의 구조형식이 아니라 천원과 지방의 위치가 서로 바뀌어 건립돼 있기 때문에 ‘지방천원地方天圓’의 구조형식이다. 한마디로 참성단은 위쪽에 땅의 도를 상징하는 방형이 자리하고 아래쪽에 하늘의 도를 상징하는 원형이 위치해 있다. 하늘을 상징하는 원형이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역학易學에서는 ‘천지비괘天地否卦’의 ‘상象’을 나타내는 구성형식이라고 하고, 반대로 땅을 상징하는 방형이 위쪽에 자리하고 있다는 것은 ‘지천태괘地天泰卦’의 상을 나타내는 구성형식이라고 한다.

역학에서 ‘천지비괘’는 하늘이 최고인줄만 알고 땅과 서로 사귀지 않는 형국을 상징한다. 이는 하늘 기운과 땅 기운이 서로 통하지 않음[불통不通]을 나타낸다. 달리 말하면 하늘이 땅을 비천하게 여기는 억음존양抑陰尊陽의 사상을 나타내는 괘상卦象이다. ‘천지비괘’의 내용은 남존여비나 약육강식의 사회적 제도로 나타난다. 반면에 ‘지천태괘’는 하늘이 스스로 낮추어 땅과 조화를 이루는 형국을 상징한다. 이는 하늘 기운과 땅 기운이 서로 조화롭게 소통하고 있음을 나타낸다. 달리 말하면 하늘이 땅을 존귀하게 여기는 정음정양正陰正陽의 사상을 상징하는 괘상이다. ‘지천태괘’의 내용은 남녀평등이나 약강조화의 사회적 제도로 나타난다.

문명사에서 볼 때, ‘천지비괘’는 선천先天의 상극질서相克秩序를 표상하지만, ‘지천태괘’는 후천의 상생질서相生秩序를 표상한다. 문명의 창세기에 건립된 제천단의 구성형식은 선천先天의 세상을 표징表徵하지만, 단군시대에 건립된 마리산 참성단의 구성형식은 후천後天의 세상을 표징한다. 따라서 하늘과 땅의 위치가 바뀜을 상징하는 마리산의 참성단은 양도시대陽道時代에서 음도시대陰道時代로의 전환, 선천에서 후천으로 변천, 강자가 스스로를 낮춤으로써 약자와 서로 소통하여 천하 태평한 세상이 열리게 됨을 함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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