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연해주의 광명문화

러시아 연해주의 바위그림은 지금으로부터 9,000년에서 6,500년 전에 광명문화가 있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아무르 강과 그 지류에서 토박이가 조상신으로 변신하기 위해서 탈을 이용하고 조상신의 신묘함과 그의 성스러운 기운을 표현하기 위해서 탈의 테두리에 새의 깃털을 붙여 원광과 빛을 표현했다. 즉 얼굴 가까운 주변의 원광은 진하며 이를 둥근 테두리로 표현하고 얼굴에서 멀어질수록 빛이 방사되며 연해지는 장면을 깃털로 표현했다. 광명을 표현하는 유사한 방식은 19세기 전까지 원시사회를 유지해온 일부 알래스카 주의 부족문화에서도 발견되었다. 흥미로운 것은 연해주의 광명 문화와 한반도 영남 지방의 청동문화 사이에 적어도 1,500년 동안 교류가 이루어졌다는 것이다.

 

1) 연해주의 암각화

러시아 연해주 아무르 강 하류에 위치한 사카치알랸 유적은 강변의 화산암에 새겨져 있는 암각화로 유명하다. 바위그림이 드러내는 주된 주제는 동심원과 회오리문양이며 그 외에도 새, 사슴, 호랑이, 군말, 사냥 장면 등을 볼 수 있다. 가장 흥미로운 암각화는 동심원 문양을 기반으로 한 얼굴형의 그림이다. 오클라드니코브(1968)는 이것을 먼 과거에서 의례에 사용한 탈로 파악하고 이 바위그림을 ‘얼굴형 탈’이라고 일컬었다. 사카치알랸 유적과 유사한 암각화는 우수리 강에 위치한 쉐레메치에보 유적에서도 발견되었다. 이 두 유적의 암각화의 주인은 본 지역에 현존하는 나나이족의 조상으로 알려져 있다. ‘얼굴형 탈’의 연대는 오클라드니코브에 의해 6,500년에서 5,000년 전으로 추정되었고 김재윤(2018)에 의해 9,000년 전으로 추정되었다.

 

2) 원시사회에서 탈의 역할

러시아 고고학자 오클라드니코브에 따르면 원시 사람들에게 탈은 변신할 수 있는 수단이었으며 원시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다. 장례 의식에서 탈을 쓴 사람들은 고인과 고인의 조상으로 변신하고 춤을 추고 연기를 펼친다. 고인의 얼굴을 나타내는 탈은 주로 해골 신앙과 깊은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원시인들은 해골 자체를 조상의 영혼과 조상의 신묘한 기운이 깃들어 있는 물건으로 간주하고 특정한 보관소에서 대량으로 모셨다. 장례 의식을 거행하는 며칠 동안 조상신의 해골을 활용함으로써 조상신이 마을 행사에 직접 참여하는 것으로 믿었다.

해골은 원시사회 마을 주민들에게 행복한 생활을 보장해주는 성스러운 물건이라 해골이 많을수록 행복이 많아진다고 여겼기 때문에 종족들은 해골 사냥을 통해서 해골의 수를 증가시켰다. 그래서 보관소의 해골 중에서 동족의 해골뿐만 아니라 외부인의 해골도 대량으로 모셔졌다.

 

3) 해골 탈

북아메리카의 유카탄반도와 파푸아 뉴기니 섬의 멜라네시아 종족들은 실제로 고인의 해골로 탈을 제작하는 풍습이 있다. 후자의 언어문화권에서는 ‘탈’과 ‘해골’을 ‘로르лор’라는 같은 표현으로 묘사했다. 또 아프리카 대륙의 요루바족 언어문화권에서 ‘애구эгу’라는 어휘는 고인의 영혼을 뜻하면서 동시에 탈을 가리킨다. 이처럼 원시사회에서 ‘해골, 고인, 고인의 영혼’ 그리고 ‘탈’은 동의어로 사용한 것으로 확인이 된다.

 

4) 탈을 표현한 암각화

오클라드니코브는 사카치알랸과 쉐레메치에보 유적의 얼굴형 암각화를 분석하여 고인 해골을 표현한 탈이며 조상신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았다. 또 나나이족의 신화를 분석하여 먼 과거에서 아무르 강과 우수리 강 종족에게 아메리카 대륙 종족과 마찬가지로 인간해골 신앙이 있었던 것으로 여겼다. 이 신앙의 흔적은 오늘날까지 내려온 북동부 아시아 부족의 샤먼 해골 신앙에서도 볼 수 있다고 했다.

 

5) 알래스카와 연해주의 광명문화 유사성

오클라드니코브는 알래스카 코디액 섬에서 1843년에 발굴된 원주민의 탈을 분석하여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였다. 그림 1의 코디아족 탈에서 얼굴을 둘러싼 넓은 원광과 원광으로부터 나오는 검은색과 하얀색의 깃털은 빛이다.

 

그림1 코디악족의 탈
그림 2 유피크족의 탈

 

 

 

 

 

 

 

또 그림 2는 같은 해에 발굴된 알래스카 반도 토박이 유피크족의 탈이며 이것은 그림 1과 마찬가지로 얼굴을 둘러싼 나무 원이 원광에 해당되고 외곽선에 낀 깃털은 빛을 표현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광명문화는 사카치알랸과 쉐레메치에보 유적에 발굴된 ‘얼굴형 탈’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그림 3, 그림 4)

 

 

                                                    그림 3 사카치알랸 유적

 

 

그림 4 쉐레메치에보 유적

 

6) 연해주와 영남 지방 간의 1,500년의 교류

오클라드니코브에 따르면, 신석기시대에 아무르 강과 우수리 강 강가에서 ‘해골 사냥꾼’의 공동체가 존재했다. 이들 성인식에서 조상신을 표현한 탈을 사용했는데, 얼굴을 둘러싼 탈 테두리에 검은 까마귀의 깃털을 붙이고 머리로부터 방사되어 있는 빛을 나타냈다고 했다. 성인식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된 경우에 대장 샤먼이 혼자서 남아 조상으로부터 내려온 의식을 정당화하기 위해서 강변 바위에 당사자의 탈 모습을 그대로 새겨냈다.

또 고고학자 김재윤(2018)에 따르면 사카치알랸과 쉐레메치에보에서 발견된 동심원 문양과 이와 비슷한 회오리 문양을 바탕으로 그려진 얼굴형 탈은 이미 신석기시대 9,000년 전부터 있었다고 하여 오클라드니코브 주장과 상당한 차이가 있다. 김재윤은 한반도의 동심원 문양 암각화가 영남 지방에서 확인되었고 이는 대부분 청동기시대로 구분된다고 주장하였다. 그는 이 지역 사람들과 아무르 강 종족 간에 6,500년 전에서 5,000년 전 사이에 적극적인 교류가 이루어진 것으로 보았다. 그림 5에서 연해주와 한반도에 위치한 동심원 문양을 기반으로 형성된 문화 유적지를 확인할 수 있다.

 

그림 5 연해주-한반도 암각화 유적지 (김재윤, 2018)

 

1. 사카치알랸  2. 쉐레메치에보 3. 쌍탑 4. 지초리 5. 영천보성리  6. 포항 대련리 7. 대구 진천동 8. 대구 천내리 9. 고령 앙전동 10. 고령 안화리 11.  밀양 안인리 12. 함안 도항리 13. 동래 복천동

 

참고문헌

김재윤, 「선사시대 환동해문화권의 동심원문 암각화에 대한 고찰」, 『한국상고사학회』 (제49회), 4~34쪽, 2018.

오클라드니코브, 『고대 아무르강의 모습』, 서시베리아 촐판사, 노보시비르스크, 1968 (А. П. Окладников, 《Лики древнего Амура》, Западно-Сибирское книжное издательство, Новосибирск, 19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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