쟈크 데리다 철학을 중심으로 본 해체주의

  1. 서론

​철학의 무엇에 대한 근거에 관한 물음은 푸코Michel Foucault에게는 인식을 가능하게 하는 에피스테메épistémè를 드러내는 작업으로, 들뢰즈Gilles Deleuze의 경우 그 자체로는 사유되지 않는 ‘이미지’에 대한 연구를 가능하게 했으며, 이는 데리다Jacques Derrida의 해체주의적 사고로 잘 드러난다. 해체주의는 주어진 것으로서의 전체성, 즉 신(神)이나 이성 등 질서의 기초에 있는 것을 비판하고 사물과 언어, 존재와 표상(表象), 중심과 주변 따위 이원론을 부정하고 다원론(多元論)을 내세운다.

데리다는 알튀세르Louis Pierre Althusser, 바르트Roland Gérard Barthes, 라캉Jacques Lacan, 리오타르Jean-François Lyotard, 들뢰즈, 보드리야르Jean Baudrillar, 푸코와 같은 프랑스의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이다. 레비스트로스Claude Lévi-Strauss 등 이에 앞선 구조주의자들 역시 전통적 형이상학을 거부하고 인간의 본성을 과학적 방법 등을 사용하여 접근하였다. 그들이 과학적이며 객관적인 자세를 견지하기는 했지만 근본적으로 종래의 형이상학적인 방법이나 가설, 가정 등에 의존함으로써 형이상학적인 체계에서 근본적으로 자유로울 수는 없는 한계를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포스트모더니즘 철학자들은 실재의 본질이나 성격에 대해 전통적인 철학자들과는 달리 파편적, 이질적, 다원적인 것으로 파악했다. 또한 본질을 파악하는 주체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보면서 정통적인 존재의 형이상학을 해체한다. 이것을 현대의 몇몇 철학자들은 주체의 죽음으로 일컫는다.

이 중에 데리다의 해체론은 그의 저서 『그라마톨로지에 관하여De La Grammatologie』(1967)로부터 시작된다. 이 책은 루소와 레비스트로스에 대한 비판적 연구이다. 데리다는 루소의 『인간 언어 기원론』을 분석을 통해 텍스트의 확장된 의미 체계를 풍요롭게 복원해내고 곧바로 전복해버린다. 전복된 자리에다 자신의 이론을 채운다. 해체론의 출발은 모든 이분법적 대립을 없애려는 시도라고 하며 절대적 진리를 부정한다. 진리란 지식과 권력이 만들어 놓은 것으로 다른 진리를 침묵시킨 결과일 뿐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데리다는 해체론을 통해 이성, 질서, 총체성 등의 존재와 회복을 신뢰하는 정통적 세계관을 해체하고 비이성, 무질서, 파편성 등을 특성으로 하는 새로운 비전을 제시한다.

 

  1. 데리다의 생애 및 사상개요

전후 서구 사상사에서 가장 문제적 철학자로 프랑스의 데리다를 꼽는 이들이 적지 않다. 데리다의 철학은 혁신적인 만큼 난해하고, 열렬한 지지를 받는 만큼 격렬한 비난을 받았다. 그의 철학 사상은 해체주의로 알려져 있다. 해체란 말이 함의하듯 그는 기존 사유에 도전하고 그 논리를 전복함으로써 뜨거운 토론들을 불러일으켰다.​

데리다는 유태계 출신의 프랑스인으로 알제리에서 태어났다. 1948년 고등사범학교École Normale Supérieure를 준비하면서 철학을 공부하기로 한다. 이후 1951년 고등사범학교에 입학하였다. 여기서 부르디외Pierre Bourdieu, 세르Jean-Pierre Serre 등과 만나게 되고, 1951〜1953년 고등사범학교 시절 당시에 조교였던 알튀세르를 알게 되었다. 그는 이때부터 대학교의 교수시절에 이르기까지 마르크스주의의 환경 속에서 보냈다. 1953〜1954년 루뱅을 여행하면서 석사논문인 「후설 철학에서 생성의 문제」를 작성하였다. 그는 후설 현상학을 프랑스에 소개한 최초의 인물 중의 한 명이었다. 푸코와도 친교를 맺었다. 데리다는 30대 초반에 레비나스Emmanuel Levinas와 함께 파리에서, 그리고 현상학과 해석학 본부에서 리꾀르Paul Ricœur와 함께 현상학을 연구했다.

데리다 사상은 전기와 후기로 나누어볼 수 있다. 1967년에 발표한 『그라마톨로지에 관하여』, 『목소리와 현상La Voix et le Phénomène』, 『글쓰기와 차이Écriture et Diffrence』에서부터 『우편엽서La Carte Postale』까지가 그의 해체주의 사상을 발전시키고 확립한 시기였다면, 『마르크스의 유령들Spectres de Marx』, 『우정의 정치학Politiques de l’amitié』, 『환대에 대하여De l’hospitalite』, 『테러 시대의 철학: 하버마스, 데리다와의 대화Philosophy in a time of terror : dialogues with Jurgen Habermas and Jacques Derrida』 등을 발표한 후기는 독자적인 정치 철학을 제안한 시기였다.

 

  1. 해체(déconstruction)란 무엇인가?

해체는 변증법과 같이 기존 구조에 대해 다른 구조를 구성하는 것이 아닌, 기존 구조의 주변, 혹은 바깥으로부터 그것을 지지하고 있던 가치를 불안정한 상태로 만들면서 다른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는 전통적으로 인정되고 있는 모든 것을 부정하는 인식으로 출발하며, 기호와 언어, 텍스트, 작가, 독자, 해석, 비평 등에 대한 기존개념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것이다. 데리다 식으로 설명하자면, 철학을 지탱하는 요소를 철학 바깥에서 찾는 해체는 철학이라 불리는 것들의 구축construction 즉, 서구의 형이상학이 어떻게 이루어졌는지 해명하는 동시에 철학을 와해시킨다. 이러한 해체 작업으로 데리다는 서구 형이상학이 사유하지 못하는 것이 바로 문자gramme, 글쓰기écriture, 원-글쓰기archi-écriture, 흔적trace, 원-흔적archi-trace 등이라고 밝힌다. 그러나 해체는 단순히 부정하거나, 의문만을 제기하는 것, 또는 파괴하는 행위만 의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유지하고 계속하여 함께 있게 할 수 있게 하는 긍정적인 행위까지 내포한다.

그는 서구의 문화와 사상은 사물을 둘로 나누어 그중 첫 번째 것에만 특권을 부여하고 두 번째 것은 이차적이고 열등한 것으로 소외시키고 제외시키는 양분법적 태도 위에 세워져 있다면서 서구의 형이상학 역시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을 토대로 하고 있음을 지적한다. 그는 바로 이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방식의 태도가 사회의 모든 구조에서 타자를 부당하게 억압하고 배제시키는 것을 합리화시켜 주고 합법화시켜 주는 논리적 근거의 역할을 해 왔다고 주장한다. 그는 이분법적 사고방식의 태도가 실은 상호보족적인 관계에 있음을 지적하며 그 둘 사이의 경계에 해체를 주장한다. 즉, 그의 해체론의 궁극적 목적은 인식론적 변혁을 통한 지배 체제의 해체이다. 그의 해체는 외부로부터의 파괴가 아니라 내부로부터의 새로운 구축을 의미한다.

데리다는 서구의 형이상학이 글보다도 말에 우선권을 주어 왔다는 사실에 주목한다. 기존의 철학체계에서는 모든 것이 영혼의 울림이 음성으로 드러나는 것에서 출발하여 음성중심주의적 체계가 만들어지는 것으로 완결된다. 음성은 이른바 신의 계시를 상징하기도 한다. 소크라테스가 신탁을 받았다는 표현을 쓰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서구 사상은 많은 경우 문자 또는 시니피앙의 근본적인 작동에 대해 눈감은 채, 그것을 음성을 통해 직접 현시되는 시니피에에 대해 부차적인 것으로 생각해 왔다. 즉, 서구 형이상학이 갖는 특징 중 하나는 글자보다 음성이, 다시 말해 글보다 말이 로고스에 더 가깝고, 그래서 더 가치 있다고 보는 데 있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를 그는 음성 중심주의 또는 로고스 중심주의라고 부르고, 말 역시 글처럼 불완전한 이차 언어에 불과한 것이라 주장하면서 말이 글보다 더 본원적 의미에 가깝다고 생각하는 서구의 전통을 비판한다. 로고스중심주의는 음성중심주의phonocentrism이며 그것은 소리가 의식에 있어서의 직접적인 현전성이라는 의미이며, 음성언어는 생생한 자기현전으로서 순수한 초월성을 띠는 것인 반면, 글쓰기는 음성언어로부터 파생된 2차적인 것으로 간주되기 때문에 서구의 형이상학 속엔 음성언어/글쓰기라고 하는 계층 관계가 형성된다.

데리다가 겨냥한 것은 이러한 로고스 중심주의에 내재된 질서다. 진리와 허위, 정신과 육체, 남성과 여성, 서양과 비서양, 현전과 부재, 문명과 야만 등의 이항대립과 기표/기의, 감각 가능/인식 가능, 글쓰기/말, 말함/언어, 통시성/공시성, 공간/시간 등의 대립개념들은 음성언어와 문자언어의 이항대립처럼, 전자를 지배적인 것으로, 후자를 종속적인 것으로 간주하는 위계를 이뤄왔다. 그런데 후자가 전자보다 열등하다는 것은 그 근거가 부재한 착각이자 환상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이런 계층관계를 강요해온 형이상학의 욕망을 폭로하고 그 한계를 계속 지적하면서 폐기한다. 그의 문자학 또는 해체론은 절대적 진리가 현존하고 있다고 믿는 지배 체제에 도전하여 그것들의 확신을 그 근본에서부터 무너뜨리는 체제 전복적 이론이다. 엄밀하게 말하자면 데리다의 해체주의는, 넓게는 서구문화에 퍼져 있는 대립구조를 초월하거나 용해하기보다 그 안에서 서식한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해체주의는 공격하고 있는 바로 그 대상에 기생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1. 차연différance과 흔적, 산종dissemination

음성중심주의를 비판하기 위해 데리다는 문자중심주의를 사용하는데, 그의 문자학은 새로운 대안의 지평을 드러내는 글쓰기이다. 차이로 담기지 않는 차이로써 차연을 그려내는 과정이다. – 바로 차이를 만들어 내는 차이가 차연이다. – 이 차이는 개념적 질서나 로고스적 질서로 잡히지 않는 차이이며 기존의 개념규정으로도 잡히지 않는다. 개념으로 잡히지 않고 언어로 접근도 안 되지만 작동하고 있다. 그래서 흔적이라고도 한다. 데리다는 차연이라는 개념을 1968년 행해진 「차연La Différance」이라는 강연에서 사용한다.

데리다는 기존의 이원적 대립과 위계의 가치질서를 만들어 낸 현존의 형이상학 내지 로고스 중심주의를 비판하고 차연과 흔적이라는 중요한 개념들을 부각시킨다. 프랑스어 ‘디페랑스 différance’는 두 가지의 뜻을 지닌다. 첫째는 어떤 것을 구분하다 또는 분리하다의 뜻이며, 둘째는 어떤 것을 지연시키다 또는 변경하다의 의미를 포함한다. 데리다는 차연差延이라고 하는 신조어로 글쓰기의 기능이 차이남과 지연됨의 이중적인 것임을 이야기한다.

참고 : 차연差延을 뜻하는 불어 단어 différence는 공간적 차이 내지 거치를 의미하는 deffer(다르다)와 시간적 차이 내지 지연을 의미하는 defer(지연시키다)를 합쳐서 데리다가 새로 만들어낸 단어이다. 철자 a를 틀리게 사용함으로써 이 단어가 암시하는 비동일성과 차이를 부각시킨다. 글자 a로 인하여 différance가 더 정확히 의미하는 바를 고전적 언어로 나타내고자 한다면, 그것은 차이성의 근원 내지 생산 작용, 차이성 사이의 차이성, 차이성의 작용(유희)과 같은 것이다. 데리다의 용어 차연은 ‘différance’라고 쓰고 프랑스어로 기존의 차이라는 말은 ‘différence’라고 적는다. 이 두 단어의 발음은 [difeʀɑ̃ːs]로 서로 같다. 즉, différance는 발음상에서 어미 ‘ance’와 ‘ence’는 프랑스에서 구별되지 않는다. 여기서 발견되지 않은 차이는 단지 글에서만 드러날 뿐이다.

대개 우리는, 기의記意signifié는 그것의 현존하는 지시물referent의 장소에 머물러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차연의 개념이 보여주고 있는 것은 그것과 정반대이다. 그에 의하면 기의되어지고 있는 개념은 자신만을 지시하는 현존상태로 존재하지 않는다. 오히려, 모든 개념은 필수적으로 그리고 본질적으로 하나의 사슬 또는 하나의 시스템 내에 위치하여, 차연의 체계적인 작용에 의해 다른 개념 그리고 또 다른 개념들을 지시하고 있다. 즉, 차연을 생산하지 않는 것은 이미 우리의 사고 바깥에 있는 것이다. 데리다의 “텍스트 바깥에는 아무 것도 없다”라고 하는 주장은 우리가 범주들, 개념들 그리고 표상의 구조들을 통하지 않고는 실재에 접근할 방도가 없음을 뜻한다.

이정은 교수는 알파벳 e와 a에 주목한다. 음성 발음은 같지만 눈으로 보면 이 둘은 분명 다른 단어이다. 데리다는 이 두 단어의 차이를 시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다고 하면서 동시에 음성중심의 문자 체계는 이 둘의 차이를 드러내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그리고 음성중심주의의 개념체계 아래에서 차이différence는 있지만 차연différance은 없는 것이 되고 문제가 있어 사라져야 할 것이라고 여기게 된다고 한다. 사람들은 이 둘이 차이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차이를 인식하지 못하며 나중에는 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차이에 대해 모순적 질서를 바탕으로 확인해 들어가 보면 이 둘 사이에 경계를 구획하는 차이가 있어야 하는데 이 차이조차도 음성중심적인 구조로 진행되다 보니까 그 질서를 벗어나는 것을 간과하게 되었고, 처음엔 알았지만 무시 혹은 은폐하게 되고 더 나아가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행위를 했다는 것조차도 잊어버리게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존재자가 존재에 의해 드러나는 우리 세계의 구성 안에서 단순히 세계가 존재자에 의해서만 이루어졌다고 인식하다보니까 마침내 존재에 대한 망각 현상이 일어났다는 것이다. 그리고 존재가 망각된 것조차도 모르고 살 수밖에 없던 것이 우리의 모습이었다.

차연에는 운동이 있는데 그것이 흔적을 만든다. 흔적은 이미 형성되고 있는 차이가 아니라 모든 내용이 결정되기 이전에 차이를 낳게 하는 순수작용이며, 순수한 흔적이 차연이다. 그러나 흔적이 차연은 아니다. 차이를 만들어내는 차연이 있고 차연이 만들어낸 차이를 토대로 철학자들이 사용하는 동일성과 비동일성, 동일성과 차이 같은 개념들의 차이들이 작동하고 있다. 보통의 우리들은 차이까지는 알 수 있지만 차연은 잡아내지 못한다. 그리고 마치 있지도 않은 것처럼 처리해 버린다. 차연이라는 지점은 이성적이거나 감각적인 질서와 체계로 파악이 되지 않는 어떤 지점이다.

흔적은 동일성 속에 각인된 근원적 타자성을 일컫는 용어로 현존의 자기 동일성을 해체한다. 즉 흔적의 존재나 의식의 현존성을 부수는 변별적 타자 관계를 지칭하는 용어로서 차연과 같은 기능을 한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 용어들은 정확히 하나의 특정한 의미만을 고집하는 잘못된 편견을 버리는 대신에 반대자들을 세우고 그 토대를 약화시키는 두 가지 이상의 의미를 허용하기 때문에 결정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차연은 지연과 차이 양자 모두를 의미한다.

산종(散種)의 본래의 의미는 종자가 출생지로부터 다소라도 멀리 떨어져 여기저기에 뿌려지는 것을 말하고, 데리다에 의하면 이 단어는 어떤 단어가 처음 사용된 장에서부터 떨어져나가 곳곳에 흩어지고 새로운 의미 작용을 어떻게 해나가는 가를 가리키는 단어이다.

데리다는 모든 근원적 현전의 개념의 탈중심화를 시도한다. 그는 전통적인 의미의 개념 자체를 해체하고자 한다. 이것을 산종의 과정이라 불렀다. 산종은 기표과정을 어떤 출발점과 종결점을 동시에 환원함으로써 결코 종결되거나 고정될 수 없는 기호로부터 무한한 이동을 드러낸다. 무한한 연쇄 고리 속에 있는 어떤 것을 다른 것이 대신하는 이러한 무한한 기호의 작용을 통해서 데리다는 분산화, 파편화하는 비중심non-centre적인 것을 지향한다.

 

  1. 결론

해체는 어떤 근원에 도착했다는 주장을 하지 않고 끊임없는 연결구조 속에 머물게 하며 최종적인 원인 설명에 대한 요구를 하지 않는다. 언어의 이중적 의미는 이미 그 자신의 텍스트에서 다시 다른 텍스트를 참조한다. 여기서 데리다는 구조주의 음성학에서 기원하는 차이의 원칙을 기본원칙으로 받아들인다. 데리다가 얻고자 하는 것은 동일성이 아니라 차이다.

데리다의 해체론은 전통적 사고에 대한 해체이다. 그의 철학은 전통적인 철학의 담론에서 무시하여 왔던 영역에 눈을 돌린다. 그리고 그는 텍스트에서 저자의 서명 등의 여백의 장소를 비철학적 담론으로 배척하지 않는다. 그는 주변의 것에 대한 의미 부여가 텍스트의 결정적인 구성 요소임을 보여준다. 또한 사실 텍스트는 그러한 여백이 없이 성립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또한 데리다의 중심개념으로서의 해체하고자 하는 텍스트란 철학, 문학, 정치, 역사에 대한 온갖 기록물 뿐 만 아니라 생활세계에 있는 모든 이해의 지평을 포함한다. 이것이 데리다가 “텍스트 외부에는 아무것도 없다”라고 말하는 핵심 이유이다. 사회생활과 개인의 생활은 부분적으로 하나의 텍스트로서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해석학적 입장을 동원해도 이해하기 힘들 정도의 텍스트화 과정에 있다. 이러한 텍스트화 과정은 자기 동일화의 과정이나 변증법적 통일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의미의 확산, 전이 그리고 차연에 있는 것이다.

데리다는 지금까지 통용되어 왔던 전통적 철학의 범주 안에 머무르기를 거부하였다. 그의 영향력은 철학을 넘어서 문예비평, 사회학, 정치이론, 심리학, 인류학 등과 같은 다른 학문으로 확장되었다. 그러나 철학 자체 내에서 데리다의 해체전략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 것인 지에 대해서는 아직 그 논의가 분분하다. 그의 저작의 핵심중의 하나는 서구 사유에 있어서 로고스중심주의적 편견의 증상으로 모든 것에 대한 중심점을 갖고자 하는데 있었다. 그는 이러한 중심점으로부터 모든 것을 환원해야만 한다고 하는 강박관념을 모호한 정식화와 고정된 동일성을 파괴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일정한 이름이 붙여지기를 거부하는 데리다의 입장은 본질적으로 절대적으로 확고한 주의나 주장을 내세웠다기보다 기존의 전통과의 대결을 통해 해체적 전략을 내세워 새로운 대안을 끊임없이 정립하고자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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